우리가 아는 변강쇠는 무엇인가?힘 좋고, 일 잘하고, 여자에게 큰 인기가 있을 것 같은 마당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마 우리에게 각인된 선입견이 ‘변강쇠는 정력이 좋다’라는 막연한 개념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변강쇠의 아내인 옹녀라는 여인도 섹시하고, 예쁘며, 왠지 몰래 바람이라도 낼 것 같은 냄새를 물씬 풍기는 그런 단어이다.그래서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는 젊잖게 말하기는 조금 껄끄럽고, 술자리 안주 삼아 이리저리 말해보는 그런 잡스런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 했다.그런데, 변강쇠전은 판소리로 공연되었던 작품으로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로 일명 가루지기 타령, 횡부가, 송장가, 변강전, 변강쇠타령 등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이런 판소리가 지금 별 신통치 않은 성인애로물에만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어떤 문화가 없어져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들이 외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변강쇠전은 당시 판소리의 후원자였던 양반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보는 견해가 가장 강하다. 워낙 욕이 많고, 내용 또한 별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이야기의 내용은 없어지고, 그저 성적인 개념으로서만 변강쇠와 옹녀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변강쇠는 무엇이고, 옹녀는 무엇인가?변강쇠는 조선후기 토지소유의 집중화현상으로 농민층에 일종의 계급이 생길 때 나타난 하류계층이다. 조선후기의 농민들은 좋은 품종을 농사짓고 거둬 점점 부농으로 성장하는 그룹과 소작농으로 점점 가난해 지는 빈농의 선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변강쇠는 별 기술도 없이, 노력도 없이 그저 남 일이나 조금 해주고 놀기 바쁜 총각이지만, 또 여자들을 깔보며 소위 말해 등처먹고 사는 아주 가부장적인 건달이다.변강쇠가 반사회적 인물인 것과 달리 옹녀는 사회생활에 충실한 억척스럽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이다. 사주에 청상살이 겹겹이 쌓인 여인으로 끊임없는 남편들의 죽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를 사귀는 여성이고, 바로 자신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결혼을 하는 모습이 유교사회의 반사회적 인물이지만 요즘 말로 하면 억척녀이다.돈 잘버는 억척녀 옹녀와 건달 변강쇠의 만남은 조선후기의 지탄 받던 남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하지만, 이 둘의 가정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옹녀의 억척스러운 삶의 태도에 가부장적인 변강쇠는 늘 반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기술이나 노는 것을 좋아하는 변강쇠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옹녀가 벌어온 돈으로 노름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둘이 자리잡은 산 속 집에서 변강쇠는 나무를 해 오겠다고 하고, 나무를 하러 갔지만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때 집에 돌아오다가 마을 입구의 장승 둘을 베어 오게 된다.
마을(공동체)의 수호신 장승과 공동체를 헤치는 독불장군 변강쇠의 싸움을 그렇게 시작되고 자기 중심적인 이기주의자 변강쇠는 죽는 순간까지 욕설을 뿜어대며 죽는다. 물론 죽은 후 이야기의 반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여기서 줄이고 필자는 오히려 변강쇠전을 통해 문화이야기를 하고 싶다.세상에 적응 못하고 건방을 떨며 약한 여자에게나 행세를 하는 가부장적인 건달 변강쇠와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억척스럽게 살아보려 애를 쓰는 옹녀 부부는 조선후기 사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할 만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서로 다른 색깔의 색종이를 들고 있으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야, 나랑 색깔이 틀려!”위 문장에서 무엇이 틀렸는지 지금 모르겠다면 다시한번 생각해 보시라. 틀리다는 말은 ‘맞다’는 말의 반대말이다. 색종이의 색깔이 틀리다는 말은 노란색이어야 하는데 파란색이라는 말이다. 모두 노란색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너는 노란색이고 나는 파란색이다 할 때는 “야, 나랑 색깔이 달라!” 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이야기의 시작은 이런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고 ‘다르다’고 말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는 곧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양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 우리에겐 문화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문화’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없나?)우리는 고기를 짤라서 젓가락으로 먹지만, 서양 사람들은 익은 고기를 통체로 올려놓고 상 위에서 칼로 썰어 먹는다. 우리들이 볼 때는 젊잖지 못한 행동이지만, 서양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는 일하는 사람에게 의존하는 생활습관이다. 이런 서로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지않고 다르다고 인정할때 문화는 다양성을 안고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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