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1일

저녁마다 신나는 놀이판

저녁마다 신나는 놀이판 `교회가 들썩들썩` [중앙일보]
서울교회 `괴짜 목사` 배안용씨`예배당을 공연장으로 … 사고 쳤죠`
배안용 목사가 문화공간 '샘' 2층 주조정실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며 설명하고 있다. 개관작인 '판타스틱스'의 제작비는 2억원가량. 객석이 꽉 차도 손해 본다. 목사는 "수익 내려고 공연하면 일반 극장과 뭐가 다르냐"며 여유만만이다. 김성룡 기자
"한번 대차게 망해 보려구요. 진짜 망하면 어떡하냐구요? 그땐 하늘에 계신 '든든한 백'이 신경 좀 써 주시겠죠. 하하하"짙은 색 코팅의 안경을 낀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좋게 봐야 옆집 아저씨 같은…. 말하는 뽐새 역시 '경건' 혹은 '엄숙'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을 들으면 더욱 대책이 안 선다. 망할 게 뻔한데도 공연을 하겠다고 나선다. "선교 목적이요? 아니 불교 연극을 한번 해볼까 생각중인데요." '괴짜 목사' 배안용(43)씨. 그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울교회의 부목사다. 인왕산 산기슭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교회는 요즘 저녁마다 신명나는 한판 놀이마당으로 들썩거리곤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판타스틱스'(연출 엄익제)란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판타스틱스'는 196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 40여년간 단일 극장에서 공연된 세계 최장 공연으로 기록된 명작이다. 뮤지컬이 생뚱 맞게 교회에서 공연되는 것은 배 목사 때문이다. 그는 무려 5억원의 돈을 들여 예배당을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문화 공간 '샘'(02-737-3698)이란 간판을 걸었다. "일주일에 한번, 주일에 예배 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방치돼 있잖아요. 지역 주민과 더 자주 호흡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효율적으로 예배당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일을 저지른 거죠." 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정도 걸렸다. 교단 뒤편을 극장 백스테이지처럼 넓게 만드는 일이 공사의 큰 일이었다. 2층엔 방송국 주조정실 마냥 음향.조명.음악 시설을 갖추었다. 객석은 250석. 교회가 산꼭대기에 있기에 공연 시간에 맞춰 소형 버스를 운행한다. 티켓 값은 1~2만원. 250인치 대형 스크린도 설치해 앞으론 "독립 영화제도 열고 싶다"고 한다.그가 '공연예술의 힘'에 눈뜨게 만들어준 사람은 초등학교 5학년 큰 딸이다. 배 목사는"딸이 너무 내성적이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교육 연극 놀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켰죠. 무대에 서면서 아이가 씩씩해지더군요. 덕분에 3학년때는 반장, 5학년인 지금은 전교 부회장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했다. 듣다보니, 꼭 딸 때문만은 아닌 듯도 싶다. 배 목사는 한신대 신학과를 나왔지만 대학시절부터 록밴드 활동을 할 만큼 끼 넘치는 예비 목사였다. 대학 가요제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기도 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청바지 차림으로 다니다 보니 "쟤 신학과 맞아?"란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서울교회는 1958년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기독교 장로회 교회다. 배 목사의 집안은 증조부때부터 '믿음'을 가졌으며, 아버지 배성산 목사가 71년 서울교회 2대 담임 목사로 취임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교인은 70여명 정도.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한 교회 교인이 200명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 속속들이 알고 살갑게 지내는 공동체가 진정한 교회 모습 아닐까요." 덕분에 그는 주말마다 가까운 교인 가족끼리 롤러 브레이드도 타러 가고, 프로축구 K-리그도 보러 다니단다. 가끔씩 노래방에도 우르루 몰려 간다. 그의 18번은 싸이의 '챔피언'. 개사를 해서 부른단다. "교회 다니는 네가 '챔피언', 성경에 미치는 네가 '챔피언'…."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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