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일

너를 버릴 수 없다

2008년 10월 26일(한우리교회)
너를 버릴 수 없다
에스겔 34:25~27, 사도행전 20:28~31

1. 예화
바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뻔 했는데, 구조대가 와서 줄을 붙잡고 올라오고 있다가, 생각한다. ‘내가 손을 놓으면 저 구조대원은 뒤로 자빠지겠지?’

일본 도쿄 올림픽은 1964년에 있었다. 성화 봉송 주자인 사카이 요시노리는 원자탄이 떨어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인기 종목이었던 유도와 배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일본은 유도에서 4개 중 3개를 배구에서는 여자 경기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도종환 글.
일본 도쿄 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 된 건물을 헐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가 도망하려고 몸부림치는 게 보였다. 도마뱀이 못 박힌 채로 3년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살아왔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인부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사흘 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못 박힌 도마뱀은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몸부림칠 때마다 살을 찔러 오는 고통은 또 얼마나 컸을까?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다른 도마뱀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도마뱀은 원래 사람의 손에 꼬리가 잡히면 그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치는 파충류인데, 아마 꼬리를 잘라버릴 수 있는 상황도 못되었던 모양이다. 죽으려고 해야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훌륭한 것은 바로 곁에 있던 도마뱀이다. 사랑하는 도마뱀이 받는 고통을 바라보면서 그 도마뱀이 살고자 몸부림칠 때마다 어딘가로 가서 먹이를 물어왔다. 그리고 입으로 건네주면서 어떤 희망의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말은 할 수 없지만 절망하지 말라고, 살아야 한다고, 어떤 눈짓, 어떤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2. 설교
오늘 에스겔서에서 만난 하나님은 다리에 대못이 박힌 채 못 된 지도자들로부터 강압과 수탈을 당하고 있을 때, 오직 하나님께서만 그들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싸매시고, 감싸시고, 먹이시고, 고치시며, 회복되기만을 기다리신다는 것이다.
겔 34:27 들의 나무가 열매를 맺고, 땅은 그 소산을 내어 줄 것이다. 그들이 자기들의 땅에서 평안히 살 것이다. 그들이 멘 멍에의 나무를 내가 부러뜨리고, 그들을 노예로 삼은 사람들의 손에서 그들을 구하여 주면, 그 때에야 비로소 그들이, 내가 주인 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 그 사랑으로 당신의 백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보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그렇게 인간을 사랑한다는 하나님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와 평화라는 것은 왜 구호 속에서만 있는가?
네 글자 한자말 ‘기고만장(氣高萬丈)’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뜻은 “펄펄 뛸 만큼 대단히 성이 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뜻으로는 거의 쓰일 일이 없다. 대단히 성이 나면 “대단히 성이 났다”고 하거나 “크게 성이 났다”고 할 뿐이다.
'뭘 믿기에 저렇게 기고만장이야?', '뭘 믿기에 저렇게 거들먹거려?', '뭘 믿기에 저렇게 잘난 척이야?'라고 쓴다. 기고만장의 둘째 뜻은 “우쭐하여 뽐내는 모습이 대단하다”라고 한다. 우리가 익히 듣는 ‘기고만장’은 이 둘째 뜻이다.
우리가 아는 한 성경에 나와 있는 기고만장의 경우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먼저 뱀이 하와를 꼬셔서 선악과를 따먹을 때도 하와로 하여금 기고만장하도록 하였고, 선악과를 함께 먹은 아담도 나는 잘못이 없고, 단지 당신이 주신 여자가 먹으라해서 먹었을 뿐이라며 억지를 부린다. 또 흔히 알고 있듯이 우리도 하나님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는 바벨탑도 인간의 기고만장한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처음 밧줄에 매달려 구조되는 한 바보의 이야기 속에서 이 바보는 기고만장한 녀석이다. 그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바보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 알지 못한다. 때문에 기고만장한 것이다.
성서를 통해 본 역사는 인간의 기고만장한 뻔뻔함이 늘 하나님의 뜻을 가리우고,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는다. 어쩌면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벌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행위의 결과로 받는 당연한 것이다. 고무줄을 머리에 묶고 당겼다 놓으면, 고무줄은 우리의 얼굴을 치며, 고통스러워한다. 고무줄을 당겼다 놓는 것은 우리가 행한 일이다. 그 일로 벌을 받아 얼굴이 아픈 것이 아니고, 우리의 행위로 인해 자연히 아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고만장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요즘 유행하는 말이 웰빙이라고 한다. 경기도 어디쯤 ‘웰빙교회’라는 교회 간판을 보았다. 웰빙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라는데, 교회가 잘 먹고 잘살기만을 바라며 다니는 것이라면, 그게 무슨 교회로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내가 잘 먹고 잘살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인가? 우유의 단백질 함양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투여한 사람도 사실 자기 자신과 자기의 가족의 웰빙, 잘 먹고 잘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일 것이다. 자신도 죽으려고 멜라민을 투여했겠는가? 결국 잘 먹고 잘살기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낭떠러지에 선 바보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잘 먹고 잘사는 일에 늘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은 우리가 잘 먹고 잘살고 있는지는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다. 멜라민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우리는 귀여운 우리 아이들에게 늘 먹여왔던 식품들이었다. 광우병이라는 병을 알기 전에는 우리에게 쇠고기는 무척 귀한 음식이었다.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동물성 사료는 미국산 쇠고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가에서도 늘 먹여왔던 사료인데 말이다.
꼬리에 못이 박힌 도마뱀은 고통과 절망 때문에 처음엔 먹을 것조차 거부하며 팽개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또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구해다 입에 넣어주는 동료 도마뱀의 표정을 보았을 것이다.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그 표정, 나만 살기 위해 네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그 몸짓’, 결국 못이 박힌 도마뱀은 그걸 믿으면서 모든 고통과 절망을 견뎌냈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것을 구해다 주면서 3년을 함께 살아온 도마뱀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두운 지붕 밑에서 두 도마뱀은 함께 사랑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서로 끌어안은 채 잠들곤 하였을 것이다. 그 3년이 얼마나 길었을까? 그 긴 고통과 함께 살았으니 이제 그들이 가지는 깊은 신뢰와 사랑은 또 얼마나 깊을까? 어쩌면 둘 사이에는 ‘너와 나’가 아닌, 내가 너의 것이고, 너는 나의 것이라는 깊고 깊은 확신이 있을 것이다. 그 확신은 자신의 꼬리에 박혀 3년 동안이나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쇠못보다 더 단단한 것이었을 것이다.
행 20:28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잘 살피고 양 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성령이 여러분을 양 떼 가운데에 감독으로 세우셔서,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의 피로 사신 교회를 돌보게 하셨습니다. / ㉤다른 고대 사본들에는 '주님께서'
행 20:31 그러므로 여러분은 깨어 있어서,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각 사람을 눈물로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십시오.
바울은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먹고 잘살 수 있고,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라며 기고만장하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눈물로 훈계하는데, 그것은 사도행전 20장 28절에 나와있는 성령이 감독을 세우셔서,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의 피로 사실 교회를 돌보게 하셨다.
이 말은 바울이 이제 투옥과 환란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면서 마지막 부탁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실컷 울게 된다.
행 20:36 바울은 말을 마치고 나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였다.
행 20:37 그리고 모두 실컷 울고서, 바울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행 20:38 그들을 가장 마음 아프게 한 것은, 다시는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고 한 바울의 말이었다. 그들은 배타는 곳까지 바울을 배웅하였다.
이제 우리의 기고만장함을 그만 두고, 겸손함으로 무장하여, 주님 주신 교회를 통해 ‘내가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그 절실함으로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의 피로 사실 교회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는 여러분이 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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