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7일

맹인모상(盲人摸象)

배안용 목사의 문화놀이터

[맹인모상(盲人摸象)]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크거나 만질 수 없는 물건을 어떻게 인식할까? 아마도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만든 어떤 것을 막연하게 추측할 것이다. 때문에 앞을 볼 수 있는 사람과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인식하는 대상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코끼리라는 동물은 기둥같이 생겼다", "아니다, 코끼리는 부채같이 생겼다" 코끼리의 다리, 귀 등을 각각 만진 맹인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하고 다툰다는 뜻이 바로 '맹인모상(盲人摸象)'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점자판 동물도감이 발간된다고 한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은 국내 최초로 100쪽 분량의 2권짜리 점자판 동물도감을 제작 중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제작되는 점자 동물도감에는 각 쪽마다 동물 100여 종의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눈과 꼬리 등 세세한 모양까지 점자로 표현된다고 한다. 또한 맞은편 쪽에는 해당 동물의 크기, 주 먹이, 서식 장소, 생활 방식, 수명 등 동물에 대한 각종 설명이 역시 점자로 담기게 된다.
맹인이 아니어서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참 좋다. 무엇이든지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큰 축복이다. 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편할뿐더러 또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볼 수 없는 사람”을 이야기 할 때 “앞을”이라고 굳이 붙여서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뒤는” 볼 수 있단 말인가?
주식이 떨어진다고 하기도 하고, 주식이 오른다고 하기도 한다. 쉽게 우리가 주식 한다고 하는 말은 주식의 값이 떨어진 후 사서, 값이 오른 후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러니 주식을 해서 이익을 남기려면, 지금 값이 떨어진 주식 중 우량주식(앞으로 전망이 밝아 값이 다시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사서 후에 값이 오르면 팔면 되는 것이다.
코끼리는 어떻게 생겼는가?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끼리의 모양을 설명하고, 또 코끼리를 봤던 사람은 그 설명을 듣고 금방 코끼리라는 답을 맞출 수 있다. 그렇듯 쉬운 것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값이 떨어진 우량주식을 사서 값이 올랐을 때 팔면 많은 이득을 볼텐데,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주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왜 사람들은 대부분 주식의 값이 비쌀 때 사서, 값쌀 때 팔아 막대한 손해를 보고 망하는 것일까?
우리도 ‘뒤는’(과거) 볼 수 있지만, ‘앞은’(미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적으로 맹인이 아니라 해서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된다. 어차피 앞을 못 보는 것은 피차일반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나 나서 크게 다치는 사람들은 미리 앞을 볼 수 있었다면 사고가 날 그 차를 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있다. 누가 제일 재수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버스 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다음의 사람 중 누가 가장 재수 없는 사람일까?
1) 지난 정거장에 내려야 하는데 졸다가 한 정거장 더 타고 가다 사고 난 사람.
2) 출발한 버스를 열심히 뛰어서 떠나려는 버스를 기어코 탄 사람.
3) 내려할 정거장은 지났지만 맘에 쏙 드는 이성을 보고 스스로 정거장을 지나친 사람.
4) 마음이 울적해서 버스 타고 정처 없이 가고 있던 사람.
운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운이 좋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1)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 하지만 졸다가 깜짝 놀라 사고 전 정거장에 잘못 내린 사람.
2) 버스 타려고 했는데 물건을 떨어뜨려 못 탄 사람.
3) 버스에 꼭 타야 하지만 맘에 쏙 드는 이성이 무슨 버스를 타나 보려고 안 탄 사람.
4) 버스가 왔지만 멍하니 딴 생각 하다 버스 놓친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점자를 통해 손으로 세상을 만날 수 있고, 흰지팡이를 통해 '앞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눈 멀정해도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겐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미래를 손끝으로 알려주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좋겠다.
킴 웍스는 한국전쟁 때 맹인이 된 한국 고아이다. 그는 어느 미군의 도움으로 미국에 가서 성악가가 되었다. 성악가 킴 웍스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사람들은 맹인인 저를 인도할 때 100미터 전방에 무엇이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바로 앞에 물이 있으니 건너뛰라고 말하거나, 계단이 있으니 발을 올려놓으라고 말합니다. 저를 인도하는 분의 말을 믿고 제가 한 걸음씩 발을 옮기면 제가 가려는 목적지에 꼭 도착합니다. 우리는 20년 후, 10년 후를 알지 못합니다. 아니 1분 후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내 앞에 닥친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 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주변에 동료와 친구와 가족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의 앞을 봐 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앞을 열어가는 것이다. 1분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10년 후, 20년 후를 보지 못한다고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나를 넘어뜨리는 장애물이 너무 많지 않은가? 빨리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上善若水
最高の善は 水とようだ.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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