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8일

‘일가견’있는 사람보다는 ‘한가락’하는 사람이 보고 싶다.

호랑이가 풍뎅이 한 마리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조물주는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다고 저런 미물 따위를 만드셨을까. 그 말을 들은 풍뎅이가 호랑이에게 빈정거렸다. 제정신이냐. 발도 두 개나 모자라고 날개조차도 없는 장애자 주제에. -이외수님의 트윗터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캐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네 교육이 남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나만의 노하우 즉 일가견을 지녀야 잘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어떤 분야에 이른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보통 마니아나 전문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는 마니아와 한 분야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만을 들쑤시고 다니는 특기는 좀 아니다 싶다.
그런데 일가견이란 이 말은 일본에서 왔단다. 본래 일본말이 최근에 우리 사전에 오른 거란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우리말 사전에도 오른 것 같은데, 이 말은 일본말로 “독특한 주장이나 학설”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조금 더 그 의미를 명확히 해보면, ‘어느 한 방면, 어떤 문제에 대해 갖춘 일정한 체계의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주장이나 학설 또는 그 견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一家見’이라 쓰고 ‘いちけんしき[이찌갱시끼]’라고 읽는다고 한다.
때문에 ‘일가견’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보다는 자기 자신의 주장에 더 의미를 두는 말이 되겠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화두 중 ‘소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호랑이 입장에서 보면 풍뎅이가 잘못된 것이고, 풍뎅이 입장에서 보면 호랑이가 날개도 없는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가견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다. 때문에 나와 다른 것은 무언가 모자란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다르다.’란 표현보다는 ‘나와 틀리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지 않는가. ‘오른손’이라는 말 보다는 ‘바른손’이란 말을 써서 ‘왼손잡이’에게 손가락 짓을 하고 있지 않는가. 여자가 출세하면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여류변호사’, ‘여류작가’로 구분을 짓지 않는가.
그런데 이와 비슷한 우리말에 ‘한가락’이 있다. 한가락이란 뜻은 ‘1)노래나 소리의 한 곡조. 2) 어떤 방면에서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라고 한다. 음악이란 여러 가지 각기 다른 소리가 하나 되어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한 배우가 대사를 할 때는 다른 배우는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모두가 대사를 해도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나만의 한가락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만의 한가락이 ‘일가견’이 되어 자기만의, 자기를 위한 독특한 가락이 돼버리면 오페라든 합창이든 그 음악을 망치게 될 것이지만, 나의 한가락을 잘 해낼 때 우리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한가락을 담당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모임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한가락을 맡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선율의 한가락을 책임진 사람들이다. 오늘 음악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보다는 내가 맡은 분야에 한가락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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