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2일

충무로의 새로운 탈출구 '가족영화'



'각설탕' '아이스케키' 등 줄줄이 개봉
영화사 가능성에 주목…제작에는 어려움 많아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최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족영화'란 타이틀로 묶을 수 있는 이들 영화는 대부분 '감동'을 콘셉트로 어린이ㆍ동물ㆍ장애인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2002년 4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집으로'를 시작으로 '말아톤'(500만 명) '웰컴 투 동막골'(800만 명) 등의 성공은 이들 영화의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싸이더스FNHㆍMK픽쳐스ㆍKM컬쳐 등 굴지의 영화사가 제작사로, CJ엔터테인먼트ㆍ쇼박스 등 대표적인 배급사들이 배급에 참여하는 등 가족영화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가족영화 속속 제작ㆍ개봉
현재 가족영화는 10일 선보인 '각설탕'과 함께 '아이스케키' '마음이…' '눈부신 날에'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 중인 영화로는 11월과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허브'와 '번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이스케키'는 24일에, '마음이…'는 10월 중순께, '눈부신 날에'는 11월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말과 여기수(女騎手)와의 사랑과 교감을 다룬 '각설탕'은 싸이더스FNH가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 영화 '장화, 홍련'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임수정이 주인공 시은을 연기했다.
MK픽쳐스는 '안녕 형아'에 이어 두 번째 가족영화로 박지빈 주연의 '아이스케키'를 내놓았다. '아이스케키'는 미혼모 엄마 밑에서 자란 꼬마 영래(박지빈)가 서울에 산다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선다는 내용.
'집으로'의 유승호가 주연한 '마음이…'는 개와 인간의 우정을 다뤘다.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영화로는 최초"라고 제작사 화인웍스 측은 밝혔다.
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는 딸에 대한 양아치 아버지의 부성애를, 정진영 주연의 '번트'는 저능아 아들을 정상인과 함께 살게 하려고 애쓰는 아버지와 그 아들의 이야기를, '허브'는 저능아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각각 다뤘다.
◇가족영화 시장성에 주목
가족영화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영화사는 MK픽쳐스다. 이 영화사는 지난해 박지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안녕, 형아'를 통해 가족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영화사의 주요 영화장르로 가족영화를 포함시켰다. MK픽쳐스는 현재 매년 한 편씩 가족영화를 제작한다는 계획.
심재명 대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가족영화라는 영역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가 공포영화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공포영화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가족영화도 흥행성이 검증되면 한국영화의 주요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트'를 제작 중인 타이거픽쳐스 이정세 제작이사는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볼 때 가족영화의 관객층은 넓다고 본다"면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라고 말했다.
MK픽쳐스처럼 매년 한 편 이상의 가족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지만 싸이더스FNH도 가족영화의 가능성은 높이 사고 있다.
조윤미 기획팀장은 "현재 우리가 제작한 '각설탕'이 '괴물'과 예매순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아직 발표한 단계는 아니지만 기획 중인 작품 중에도 가족영화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무로에서 동물ㆍ장애인ㆍ스포츠 소재의 영화는 통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것이 하나씩 깨지고 있는 것 같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회사 측에서도 계속 가족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허브' '번트'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는 "액션이나 코미디 영화 이외에도 관객의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고, 그 중 하나가 가족영화라고 보고 있다"면서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성공사례를 통해 휴머니즘의 통한 감동이 주는 흥행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제작ㆍ펀딩ㆍ홍보 등에 어려움 겪어
모든 연령층에 대상으로 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족영화는 제작과 펀딩, 홍보 등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경우, 안정적인 연기를 얻어내기가 힘들고, 동물에게 연기를 시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
현재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아역 연기자도 '아이스케키'의 박지빈, '집으로'의 유승호, '웰컴 투 동막골'의 권오민, '번트'의 최우혁 정도.
심재명 MK픽쳐스 대표는 "성인 연기자와는 달리 아역들에게 원하는 연기를 뽑아내기가 힘들고 아역 연기자들은 정형화된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고, 이정세 타이거픽쳐스 제작이사는 "아역의 연기 지도가 쉽지 않아 일반영화보다 1.5배는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족영화의 스타 연기자의 부재는 제작비 마련과 홍보에서도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충무로에서는 가족영화 히트 사례가 몇 편 더 쌓이면 투자가 좀더 수월해지고 아역배우 저변확대와 연기 지도 및 촬영 노하우 축적 등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족영화 제작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ungl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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