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1일

나뭇잎 배의 추억

동요 '나뭇잎 배' 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고향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졸립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해서 아이들과 동요라도 한번 불러보자는 심정으로 함께 부르게 된 '나뭇잎 배'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아직 모르는 동요인 걸 보면 아마도 6학년에 나오는 동요일 것이다.

고향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동요를 아니 "나뭇잎 배"를 부르다가 그만 더이상 부르지 못하고 말았다.

고향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나뭇잎 배'를 부르다가 그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데체 왜 운전하는 차에서 동요를 부르다가 눈물이 나오고 만 것일까?

누군가 주부들을 '나뭇잎 배'에 비유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나뭇잎 배는 한정된 개울의 한 곳을 그냥 떠다닐 뿐 넓은 세상을 향해서는 못나가는 것처럼, 가정과 가사에 얽매어 사는 주부들의 심정을 말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뭇잎 배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과 내 배가 더 좋으니 네 배가 더 좋으니 하면서 그렇게 자랑스럽던 배가 아니었던가? 좀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큰 나뭇잎을 돗으로 달고, 확실한 속도를 원했다면 나뭇잎 배 뒷꽁무니에다가 유성잉크의 볼펜심을 깨서 잉크를 뭍혀 유성잉크가 물을 밀어내면서 빠른 속도로 달리도록 해봤던 나만의 나뭇잎 배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어느새 연못에 놔두고 와 버린, 버려진 나뭇잎 배가 되고 말았다.

집에 엄마 곁에 누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더 큰 것, 더 좋은 것으로 가지고 싶었던 나뭇잎 배가 이제는 따뜻한 이불 속, 엄마품에 기억 저 편으로 잊어지고 만 것이다. 나뭇잎 배는 그렇게 버려졌지만, 연못에는 제법 푸른 달과 흰 구름이 흘러가는 세계요, 우주를 품고 있다. 버려진 나뭇잎 배는 그렇게 그런 우주를 품고 있는 연못을 살 살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나뭇잎 배는 살랑살랑 바람이 속삭여주는 세상 소리까지 듣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났을까? 나는 따뜻한 이불 속, 엄마 곁에 있고, 나뭇잎 배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 속에서 살랑살랑 바람이 들려주는 온갖 소리를 듣고 있는데 말이다. 요즘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녀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게 마음의 감기라 불리우는 '우울증'이라는 것이다. 우울증. 영어로 '디프레션Depression'이라 한다. 말 그대로 '가라앉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예인을 어느날 갑자기 자살하게 만들고, 온 사회가 푹 가라앉게 만드는 녀석이다. 때로는 나에게도 찾아와 귀에 속삭인다. '머,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냥 혼자 고생하고 말 뿐이지...'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무엇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아주 묘한 녀석이다. 마치 시끄러운 음악의 클럽에서도 나 혼자 '지금 뭐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혼자 나이든 노인처럼 만들어 버리는 고약한 녀석이다.

그런데 이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녀석이 꼭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게 찾아 와 '놀아줘~' 한다는 것이다. 뭐~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나 뭐라나... 그런데 말이다. 나는 따뜻한 이불, 엄마 곁에 누워있는데, 연못에서 그저 살살 떠다니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뭇잎 배'가 나같은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있다. 집과 그리고 내가 다니는 곳, 그리고 그 곳을 연결하는 길... 우리는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이야기 하고, 인터넷을 통해 별별 것을 다 보고 사는데, 내가 사는 이 작은 세계가 푸른 달과 흰 구름을 비치기만 하는 연못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 ~ 그렇게 떠다니는 것이 내 인생이다... 생각이 들면서 괜히 고향다녀오는 길이 우울해졌다.

동요를 끝까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뭇잎 배'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는 작은 차 안에서 나는 오디오의 리와인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더 크게 불렀다. 나만의 나뭇잎 배가 푸른 달과 흰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를 때까지...

그런데... 우울증 그 녀석 별거 아니더라고... 한 번 크게 불렀더니 금방 지가 재미 없다면서 가버리더라고... 참 싱거운 녀석... 가끔 내 목표를 이루려 하나 하나 노력해 가는 이 아까운 시간에 과연 한눈을 파는게 얼마나 큰 손해인가를 생각해 본다. 하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내 위를 떠가는 푸른 달과 흰 구름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자.

그리고 가끔 동요를 불러보면서 어린시절 내 꿈들에 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남이 보면 쫌 뻘쭘하겠지만....ㅋㅋㅋ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