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4일

주꾸미 어부` 가 조종사 구했다


KF-16전투기 보령 앞바다 추락

"생명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조종사를 구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13일 오전 11시쯤 충남 보령시 웅천읍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서해상. 갑자기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훈련 중이던 KF-16 전투기 한 대가 추락했다. 사고 비행기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충주기지를 이륙해 보령시 웅천 사격장 주변 상공과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이곳에서 동생(41)과 함께 주꾸미를 잡고 있던 어부 김학철(45.보령시 웅천읍 관당리.사진)씨는 사고임을 직감했다. 김씨는 즉각 태안해경 관당지소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해경 관계자는 "전투기가 추락했으니 인근 바다를 수색해 조종사를 찾아보라"고 했다.










충남 보령시 무창포 인근 바다에 추락한 KF-16 전투기 조종사 우모 대위를 어부인 김학철(45)씨가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곧바로 주꾸미잡이를 중단하고 수색에 나섰다. 30여 분간 인근 바다를 샅샅이 뒤지던 김씨는 11시30분쯤 배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고무보트에 몸을 의지한 채 손을 흔드는 조종사 우모 대위를 발견했다. 김씨는 배를 몰아 재빨리 고무보트에 접근, 동생과 함께 손을 내밀어 우 대위를 배로 끌어올렸다. 우 대위는 낙하산과 연결된 고무보트를 타고 있었다. 우 대위는 추위에 지친 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김씨는 "우 대위가 '비행 도중 엔진에 무엇인가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니 동체가 추락하기 시작해 탈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담배를 피우면 추위가 가신다"며 자신이 갖고 있던 담배를 권하고 비옷으로 우 대위를 감쌌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못하던 우 대위는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10여 분간 6~7 개비를 잇따라 피웠다고 한다. 김씨는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로 119구조대를 불렀다. 우 대위는 김씨 손을 꼭 잡으며 "선장님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며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 대위를 구조하느라 주꾸미 조업량이 평소보다 10%도 안 됐지만 사람을 구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종사 양성 비용=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분대장과 편대장을 거친 총 비행 경력 750시간 이상의 10년차 베테랑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80억원이 넘는다는 게 군당국의 추산이다. 공사 생도를 초급장교로 육성하는 데도 1인당 평균 2억30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 보령=김방현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